오늘밤은 술로 스트레스를 이기는 밤이다.
다른 야근 생활들은 지키거나 똑같은 일의 연속이지만 우린 매일 새로운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거기서 나오는 스트레스는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다. 소통의 문제도 있고, 뜯었다 고쳤다 다시 원상태로 복귀하기도 하고 또 쓰고 다시 쓰기도 하고 제목을 요리 돌려보기도 하고 조리 돌려보기도 하고 조질까 봐줄까 등등... 몇분 남지 않은 강판시간에 무수한 생각들을 한다. 이러니 버텨낼 수 있을까.
야근을 마친 시각, 오늘은 엡솔루트 보드카를 사랑하는 모 부장이다.
선수 구성이 안될까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우리의 호프 교열부 미모의 후배가 오늘밤을 지키고 있었다. 교열이면 교열, 술이면 술, 노래면 노래, 악기면 악기(너무 오버했나?) 아니다 난 칭찬에 무지 인색한 사람이다. 맞다... 맞는건 맞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또 사진부 정모 선배 이렇게 6명이 한 팀을 이뤄 화기애애한 밤을 보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보드카 폭탄주. 너! 사람을 뻑 가게 하는 재주가 있다. 새벽 4시 야근국장은 벌써 사경을 해매고 야근의 꽃 조장(승구리당당)은 45판을 마감시키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와 부조장(배만 볼록한 아이)은 익숙하게 한강콜에 전화를 해 택시를 불렀다.
얼큰하게 취한 우리 둘은 그렇게 택시를 탔다. 순간 서로의 눈빛이 통했다. 부조장이 먼저 우리 우동 한그릇? 난 콜을 불렀다. 항상 지나다니면서도 가보지 못한 수색역 원조 우동․짜장
갑자기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독서실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시각 꼭 포장마차를 지나가야 한다. 맨 처음엔 포장마차는 술 마시는 곳이란 생각에 엄두도 못냈다. 어느 날 친구가 우동 한 그릇 먹자고 했는데 그 포장마차였다. 술만 안마시면 되지... 하면서 나를 끌고 갔다. 그 당시 한 그릇에 1500원이었던 거 같다.
국물도 담백하고 짜장면․밥도 있었지만 속에 부담이 갈까봐 둘다 우동으로 시켰다.
면발은 그렇게 굵지 않았다. 내가 생각한 익숙한 면발은 아니었지만 부드럽게 넘어가는 맛은 일품이었다. 해장으로도 어느 정도 괜찮다.
김치도 흔히 먹는 김치가 아니라 우동과 궁합이 맞는 김치라고 할까. 개운한 맛이 일품이었다.
조그마한 실비집으로 분위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그러니 가격이 저렴하다. 술도 안판다. 그냥 편하게 빨리 먹고 자리 비워주는 곳이다. 우리가 간 시각에도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 하루를 마치는 사람들로 자리는 계속 채워지고 있었다.
예전엔 이런 실비집이나 포장마차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디자인 서울이라는 미명하에 소리 소문없이 사라졌다. 미관도 중요하지만 전통도 지켜야 하지 않을까? 예전 피맛골도 생각난다. 저렴하게 실컷 먹고 놀 수 있었는데 이젠 어디 갈 때도 없다.
영업시간:24시간
전화번호:02-309-0678
주차:불가능
위치:서울 은평구 수색동 106-6
'밤은 맛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 음식이 떙기는 밤에는...연대 앞 <신북경> (0) | 2012.02.13 |
---|---|
닭발계의 辛, 신촌 신미불닭 (편집국 야식을 공개합니다.) (0) | 2012.02.12 |
칼칼한 홍합국물이 생각나는 밤엔 <홍합의 전설> (0) | 2012.02.04 |
새벽 네시의 잔치국수-신촌 미정국수 (5) | 2012.02.02 |
75년 전통 해장국 명가 종로 청진옥 (0) | 2012.01.25 |